썩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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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썩어도 아름답다
아산호는 황혼 무렵에 더욱 아산호이다
늙은 여자와 섹스를 한 날에는 거룩한 본성이 화답한다
물 길러간 우물가에는 가슴들만 파닥거렸다
차가운 물 대신 뜨거운 몸들이 솟아올랐다
천년의 묵은 꽃들이 불꽃처럼 팔랑거렸다
세월 역시 간단없이 출렁거리는 파동이다
한번 아름다운 것은 영원히 아름답다는 메시지
시간의 공포는 거푸 자살하는 환희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꺾어지면서 또 언제나
무수히 피어나는 새로운 몸들은
썩은 아산호에도 늙은 아산호에도
그 핏빛 파동으로 길게 길게 남아있는 것이다
시와정신 200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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