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 이미 죽었는지 몰라-아산호 가는 길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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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에 나 절망하네
아산호에 이르면 아산호 사라지고
누군가 무수히 밟고 지나간 치맛단 하나
논두렁길에 죽은 뱀처럼 누워 있으리
유년의 논두렁길은 뱀들로 가득하였네
오싹오싹 소름이 돋는 뱀들의 난장
나 그 속에서 성감대 무던히 키웠으리
흩어진 아산호 하나 되었을 때 뱀을 생각했네
마치 춤이라도 추듯 저주라도 하듯 나를 쫓으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온 들녘에 불을 질렀네
먼저 가던 그 아이 발걸음도 못 떼고
입만 함지박처럼 벌리고, 눈 뒤집어까고
오줌을 질질 쌌네. 나 용감하게 등 돌려
밟아 죽인 뱀들이 수십 마리 아,
아산호 그때 이미 죽었는지 몰라
리토피아(200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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