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날 서귀포에서-아산호 가는 길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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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가서 바람을 맞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햇빛도 문득문득 황홀하다
공기는 풀풀 날아다니며 저 혼자 살아 숨쉰다
서울에서 누리던 권세와 명예와 야망이 마침내
지치고 병이 들면 그제야 사람들은 제주로 향하고
그러나 그때쯤 제주는 너 잘 만났다
부디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한다
이곳은 결코 너의 고향이 아니라 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제주는 기가 막히게도
가장 잔인한 풍경이 되어 당당하게 서는 것이다
그리운 성산포는 다만 그리운 존재일 뿐이다
살아있으면서도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그대 한순간의 독한 신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숨어버리고 마는 것
오, 제주는 도대체 누구의 고향인가
2002 문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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