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으로 걸어가네-아산호 가는 길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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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으로 걸어가네
햇빛은 빛나지만 출렁이지 못하네
사라진 그대 모습 그리며
나 따뜻한 어머니 속으로 들어가네
제발 간지러워 보았으면, 저 빛나는 햇살
부디 허물어져 보았으면, 이 도도한 한낮
아예 꿈이었으면, 하룻밤의 마른 꿈이었으면
숨어버린 그대 손 하나 촉촉이 더듬으며
나 편안한 천년의 어둠 속으로 걸어가네
화려한 청춘은 사춘기만큼 황홀하지 못했네
살아 숨쉬지도 못했네 꿈꾸지도 못했네
지난밤 투욱 스쳤던 오, 누구시던가
새벽이 오기도 전에 터져버린 꽃봉오리
아침은 왔으나 아침답지 못하여 미안하여라
어디선가 닿았던, 닿을 것만 같은 그대 머리칼 그리며
나 길 없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네 손을 내미네
절름거리며, 훌쩍이며, 헛소리하며,
황송해하며
2003년 가을 시로 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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