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의 작은 새들-아산호 가는 길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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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어도 보란 듯이 온다
그대 떠난 자리, 훌훌 털고 일어선 자리에도 꼬옥
아침 안개처럼 온다 혹은 천군만마처럼 온다
빈 자리는 무엇으로든 다시 메꾸어지는 법
흐르는 물만의 법칙이 아니다
다시 넉넉하게 메꾸어진 여름이다
넘치는 법은 있어도 채우고 남을 여지는 없다
떠난 자리는 결코 빈 자리로 남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생명은 언제나 출렁이기 마련이다
그 출렁임으로 우리는 짧은 생을 이토록 달뜨며 산다
이 여름에도 작은 새들은 모여서 논다
순식간에 흩어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모인다
산도 강도 하늘도 땅도 온통 새들의 천지이다
작은 새들은 낮이나 밤이나 끼리끼리 모여서 논다
잘날 것 없는 세상을 더불어 사는 것으로 위안삼는다
출렁이는 바람 출렁이는 햇볕
타들어가는 작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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