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한반도
장종권 작품세계

시집

제1시집
제2시집
제3시집
제4시집
제5시집
제6시집
제7시집
제8시집
제9시집
꽃이 그냥 꽃인 날에

아산호의 동정녀야 한다-아산호 가는 길 85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506회 작성일 06-01-09 00:32

본문


그동안 그녀는 달처럼 별처럼 꽃처럼 군림했다
현란한 말솜씨와 기기묘묘한 상징과 아리송한 예언
대개는 그런 것들이 달이었고 별이었고 꽃이었다
그는 숨어있다 보일 듯 말 듯 그런 듯 아닌 듯
따라서 터무니없는 믿음과 착각을 가져도 무방하였다

끝내 그녀를 포기하고 홀연히 떠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얼굴도 소리도 보여주지 않는 야속한 존재지만
미련 한 톨 남기지 않은 채 당당히 떠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분명 그렇다 기다림에 지쳐 한번 떠나게 되면
떠난 자는 결코 돌아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와도 그것은 돌아온 것이 아님으로
그의 종점은 반드시 어딘가에 있었겠지만
돌아서는 목적지는 이미 목적지가 아니므로
사람들은 바보 같은 끈기 하나로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은 슬픈 일이며 그래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니 밉살스러운 아산호는 홀로일 리가 없다
그러니 부디 아름다운 동정녀로 남아있기를
오래도록 신비스러운 치맛자락 두르고 있기를
버림받은 여자는 결코 동정녀로 부활할 수 없으므로


시와 사상 2002년 겨울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