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지의 박수소리-아산호 가는 길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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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옳은 것도 아니고 다 그른 것도 아닙니다
돌이 돌인 것은 그저 돌로서의 생명 때문입니다
생명은 사나 죽으나 한갓 바람 같은 것이지요
사람은 위대하지만 짐승 앞에서일 뿐입니다
숙주로서의 위대한 허영은 코피를 쏟아도 위대하지요
평생 인간다운 체통 지키시다가 웬일로
말년엔 눈귀 다 감아버리고 모른 척하셨던지요
얻으시고 잃으신 것 셈해보니 공이었나요
저희에게 부러우신 건 오로지 세월 하나였지요
떠나시는 날엔 이 땅에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공원묘지엔 천지 가득 박수소리 요란했습니다
스승이셨으므로 아버지셨으므로 제왕이셨으므로
더욱이 담배 같고 소주 같고 해장국 같으셨으므로
언제 한번 분명한 모습 보인 적도 없으셨지요
가시고서야 당신께선 비로소 사람의 얼굴로
제 앞에 서 계시는군요 안녕하신지요
*2001년 12월 31일 구용 스승께서 용인공원묘지에 묻히셨다.
2002년 시와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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