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가로등은 빛난다-아산호 가는 길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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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출렁이는 나뭇잎들 사이로 무성한 달들이 뜨네
사람들은 이쯤의 달이면 어둠을 넉넉히 정복할 줄 알았네
달보다 더 가까이, 더 밝게, 그리고 더 많이
그러나 그 인공의 달들이 달만큼 차갑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했네. 달만큼 차가워야 우리들의 뜨거운 피가
오히려 밤을 달군다는 것을 알지 못했네
도시의 가로등은 더욱 빛나네
어둠을 밝히며, 끝없는 동굴 속으로 꾸역꾸역 기어들어가
저 숨어있는 단세포들을 낱낱이 검문하여 사로잡네
비명소리 가득한 도시의 숲을 내려다보며
둥실 떠있는 보름달은 벌써 어머니가 그리워
하릴없이 껍데기나 어루만지며 자꾸 뒤돌아보네
2003년 가을 시로 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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