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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자화상-아산호 가는 길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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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204회 작성일 06-01-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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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자를 좇아서
諸行이 無常한 세상에 日常的으로 걷는 일은
딱하다

집 없이 떠도는 비둘기와
온밤을 헤매는 굶주린 고양이와
하염없이 흔들거리는 버드나무와
온몸에 근질거리며 덤벼드는 모래와
흙먼지와 오염된 바람 그리고 썩어 문드러진
풀뿌리와 병든 이파리를 향한 슬픈
절망과 공포와 수치와 모욕적인 사랑과
몸살하는 밤이 어둠이 무지가 오로지
뻔한 아침을 향하여 무덤을 가르고 일어선다
부활처럼 슬프게 영원처럼 아프게 그렇다 언제든지
그대를 꿈꾸는 일은 밤마다 새로운 그리움으로
신앙처럼 자라는 이토록 허무한 단 하나의 출발이다


각설하고
촌놈이 사라진 시대에 촌놈으로 남는 일은
참으로 딱하다


현대시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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