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도 돌아서면 금방 밀물이다-아산호 가는 길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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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은 미련없이 우리를 떠났다가도
하루에 두 번씩은 반드시 돌아오고야 만다
여자도 한 번 떠나면 영 돌아오지 않을 듯하지만
그러나 백 번 떠났다가도 천 번 다시 돌아오고야 만다
그러니 애당초 떠나지 않은 것과 다를 것이 무어냐
떠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는
그대는 바다보다 넉넉하구나 바람보다 영악하구나
그대는 썰물처럼 거대하게 혹은 바람처럼 신비롭게
자꾸자꾸 떠나지만 그대 떠난 뒤끝은 다시
그대의 바람으로 채워진다 그대의 밀물로 가득하다
나는 떠나지 못하는 그대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두번 세번 보내는 바다이길 원치 않아서이다
두번 세번 기다리는 바람이길 원치 않아서이다
다시 보내는 고통을 결코 이겨낼 수 없듯이
돌아오는 그대를 돌려세울 힘조차 내게는 없는 것이다
현대시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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