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도 제때 들이면 더욱 곱다-아산호 가는 길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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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꽃물도 제때 물들여야 미치도록 곱다
부끄러움도 때가 맞아야 넉넉한 그리움이 될 수 있다
어물전의 꼴뚜기라도 이별의 맛은 쓰디쓴 법
개천의 미꾸라지라도 꿀 같은 그리움은 달고 단 법
나이도 잊어버리고 체면도 상식도 모조리 까먹어버리고
아, 밤으로 낮으로 부끄러움도 없이 찾아가는 외길 끝에
정녕 그대는 나이도 없이 얼굴도 없이 다만 서있구나
천년 만년 징그러운 꽃물 들이며 옷고름 풀고 서있구나
현대시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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