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죽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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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죽은 세상에 시인만 살아있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으나
밤낮으로 배설물을 이 땅에 쏟아낸다
영원히 피는 꽃을 가꾸지 않아도
꽃은 까닭 없이 해마다 바꾸어 핀다
과학은 어디로든 부지런히 가고 있다
태어난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
문명은 꽃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기묘하게 진화하는 꽃이다
세상은 시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새롭게 발전하는 장르다
시가 죽은 세상에 시인만이 살아서
잃은 것을 추억하며 빈산을 서성인다
황혼은 슬프게 사라져도 내일이 있으나
갈 곳 없는 시인에게 내일은 꿈일 뿐이다
2004년 시현실 봄여름합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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