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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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넘은 고향 밤중에 찾아갔다가
도둑처럼 쫓기어 돌아왔습니다
어둠 속에 달라진 길들이 발끝에 자꾸 걸렸습니다
십 년 전에 넘보던 담장 너머의 그 아이
십 년 후에 용케 만나 악다구니로 사랑했습니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고향이 분명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활이 죄가 된 우리 서로
마음에도 없는 원수를 샀습니다
떠난 자는 떠난 자들끼리 아픈 자는 아픈 자들끼리
또다시 서로 떠나고 서로 아프게 한 것입니다
십 년 넘은 고향 밤중에 찾아갔다가
도둑처럼 쫓기어 쫓기어 돌아왔습니다
웬일인지 밝은 달도 숨어버리고
웬일인지 정겨운 토담길도 사라져버리고
글쎄요, 어느 사이 나는 꿈속에서처럼
아프리카 어디 토인 마을을 침입한
백인이 되어버렸습니다
1995 [환경문학] 김제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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