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한반도
장종권 작품세계

시집

제1시집
제2시집
제3시집
제4시집
제5시집
제6시집
제7시집
제8시집
제9시집
꽃이 그냥 꽃인 날에

놀부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529회 작성일 06-01-09 01:14

본문


요즘 다시 보는 놀부전은 참 재미가 있다
흥부는 병신이고 흥부 마누라는 등신이다
천하의 놀부는 거꾸로 뼈대 있는 양반이다
세월은 바뀌어서 생활도 바뀌고 의식도 바뀌고
어쩌면 양심도 꿈도 비전도 바뀌었는지
마누라가 바뀌듯이 이상하게 놀부가 바뀌어버렸다
무슨 뜻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놀부는 질긴 목숨이라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나고
흥부는 반푼인지라 다만 안쓰러울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세상의 착한 백성들이여
우리들의 지나간 얼굴을 감추지는 말아야 한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거룩하신 목숨을 지탱하던 흥부 적 일기장 속에는
가난한 머저리의 서러움만 숨어있는 것이 아니다
숨겨도 숨겨도 숨길수록 부끄럽게 드러나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도 없지는 아니했던 것이다

1994. 3. 26. 94년 유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