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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6-서정춘 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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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606회 작성일 11-03-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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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춘
전남 순천 출생.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물방을은 즐겁다󰡕. 박용래문학상, 순천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유심문학상 수상.


첫사랑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트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서정춘의 시집 󰡔물방울은 즐겁다󰡕에서


감상
인간의 사랑의 감정이야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있었을 것이다. 생명체의 본능이란 그 존재의 유전자에 이미 새겨져 있는 것이니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가 없는 아름다운 본능이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죽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는 첫사랑의 감정은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황홀한 한 폭의 수채화이다. 우리는 그 첫사랑의 기억으로 지난한 인생을 아우르며 살아간다. 이 첫사랑의 지독하게 아프고 또 감동적인 기억으로 우리는 어떤 고난도 극복해가면 살아간다. 어떤 힘보다 강렬하고 깊다. 그리고 어떤 사랑도 그 첫사랑의 힘으로 끌고 간다. 모두가 아름다운 사랑이 된다. 첫사랑은 모든 사랑의 향도이며 지배자이다. 암울하고 배고팠던 우리의 50년대와 60년대에 사춘기를 보냈던 시인도 그 옛날 자지러지던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늘상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틈만 나면 다시금 꺼내들고 스스로의 존재와 생명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산다. 그녀는 몰래 숨겨온 사탕 한 알을 꺼내 그 백옥 같은 하얀 이빨로 깨트려 입안에 넣어준다. 온몸이 요동을 쳤을 것이다.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그냥 몸만 달떴을 것이다. 그녀를 사랑했건 사랑하지 않았건 그 순간 시인은 그녀를 온몸으로 느껴버린다. 그녀는 전혀 눍지 않는 사춘기의 얼굴로 이제 나이 들어가는 시인의 입 안에, 눈 앞에, 가슴 속에, 아직도 잉어처럼 살아 팔딱이고 있다. 달덩이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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