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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 읽는 시(범우사)-김구용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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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285회 작성일 10-12-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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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 읽는 시>

송頌·2
김구용 시


말씀에도
후진국이 있나.

어제와 내일은
거울에서 한 몸(身)이니

미움은 사라지면서
봄 종소리.

詩는 意味를 거부하여
月蝕하는 港口,
빛은 없는 것도 보여 준다.

探求가 바로 가능이니
새는 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하늘이 날아

가랑잎의 말씀으로
쇠(鐵)는
해(日)를 낳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냐, 물으면 대답이 궁해질 것이다. 제대로 사는 법이 있기라도 하다면야 그대로 살아 잘 될 사람이 세상에 여럿 있었을 것이다. 시를 어떻게 쓰는 것이 제대로 된 시를 쓰는 것이냐, 물으면 이 또한 대답이 궁해질 것이다. 제대로 쓰는 법이 있다면 그대로 써 성공한 시인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나는 김구용 선생님으로부터 시를 배웠다. 그러나 그 분은 내게 시를 가르치지 않았다. 그 분은 내게 사는 법과 생각하는 법을 주로 가르치셨는데, 잘 사는 법이거나 대단한 것을 만들어내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것도 말씀이나 문장으로는 결코 아니었다. 다만 눈빛과 몸짓이 전부일 뿐이었다.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 눈빛과 아무 것도 의도하지 않는 몸짓, 그것이 전부였다. 잘 나지 않고도 잘 되는 법, 잘 되지 않고도 잘 사는 법, 잘 살지 않고도 잘 쓰는 법, 그것이 내가 그 분으로부터 배우고 익힌 시 쓰기였다.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인간적이기를 원하셨을 것이라는 것이 내 짧은 추측이다. 물러서지 않는 집념으로 부단히 시도하고 도전하기를 원하셨을 것이라는 점 또한 내 추측이다.
좋은 스승에 못난 제자라는 꼬리표를 도무지 뗄 수 없을 것 같아 막막하다. 거대한 스승의 산을 오르면서 보이지 않는 정상을 찾아 고개를 들어본다. 아직도 구름 속에 잠긴 정상에 아연실색한다. 선생님 떠나신지 오늘로 꼭 10년이다. 인용한 시는 선생님의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시 중 하나이다. 행간과 행간 사이, 시어와 시어 사이를 헤매면서 나는 이 순간도 내 부족한 삶과 부끄러운 시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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