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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弔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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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949회 작성일 02-05-2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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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떠나보낸다
--상삼을 떠나보내며


그대는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끝내 떠나는구나
금곡과 야끼베리와 통일벼가 넘실거리는 들녘 너머
겹겹이 늘어선 산 뒷편으로 저녁해가 기울 때
하늘은 변함없이 잘 익은 감색으로 물이 들고
곧 보름달이 황홀하게 얼굴을 내민다 했지
그 달이 기어이 넘실거리는 금강에 텀벙 빠지게 되면
그대는 어쩔 수 없는 詩情에 겨워 편지를 쓴다 했지
새마을운동도 농촌개혁운동도 결코 손대지 못한다던
그저 고색이 창연한 그대의 아름다운 고향 법성리
강아지에 손을 물려도 간장 한 종지를 마시면 되고
똥만 부어주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가 서 있는 곳
강 건너로는 그림처럼 낡은 버스가 흘러가고
가끔은 통통배가 연기를 뿜으며 물길을 거스르는 곳
캠핑가듯이 농약통을 짊어지고 하루종일 살갗을 태우는 곳
태양의 아들임을 자부하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몸은 비록 고단해도 마음은 한가하여 평화롭기만 하다는
그 꿈에 그리던 고향 법성리로 마침내 그대는 떠나는구나
우리 언젠가 가야 하는 세계는 바로 그곳이 아니겠느냐
그곳이야말로 진실로 평화로운 곳이라며 눈빛을 반짝이더니
이제 벗들의 손을 잡고 기쁜 마음으로 이승을 떠나는구나
부디 뒤 돌아보지 말고 홀가분하게 떠나시게나
이렇게 많은 벗과 이렇게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그대를 기리며 속깊은 눈물을 흘릴 수 있으니
그대는 떠나도 죽지 않고 영원히 우리 가슴에 살아 있으리
그대 마침내 동아일보가 되었으므로
남들은 상치쌈이나 해먹어버리는 값없는 진실을 위해
기가 막히게 뛰다가 마침내 값있는 동아일보가 되었으므로
그것이 비록 슬픔일망정 그것이 어쩌면 누추할망정
그대는 끝까지 순수했으므로 그대는 끝까지 불이었으므로

1999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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