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2015 시와사상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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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2015 시와사상 여름호
빨래터에 앉아 복분자 두어 병 나누어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젖꼭지가 사라졌다.
웬일일까 간밤을 곰곰이 더듬어보니
아차, 빨래터에 그냥 두고 왔구나.
정신없이 빨래터로 달려가보니
창피해라.
이웃집 남정네가 두고 온 젖꼭지 하나를 열심히 빨고 있네.
아무리 빨아도 땟국물이 주르르 흐르네.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갔을까.
두리번거리니 오오라,
건너마을 까치머리 고등학생이 개울 건너에서
떠내려가는 젖꼭지 하나를 온몸으로 투망질 하고 있네.
홀딱 벗은 복분자 빈 병이 함께 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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