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2015년 미네르바-어떤 남녀의 대화(미네르바 2015년 겨울)
페이지 정보

본문
목로주점/2015년 미네르바
-어떤 남녀의 대화
내가 녹초가 되어 널 찾았지.
걷지도 못하고 바닥을 기어기어 널 찾아갔지.
너의 냄새를 따라 본능이 끌고간 멀고 먼 길이었어.
넌 술냄새에 코부터 막았지.
넌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날 이끌었지.
손도 아니고 소매자락을 잡았던 것 같아.
그게 옛날이야.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어제 같은 옛날이야.
부끄럽기도 한고 화가 나기도 하는 옛날이야.
그런데 그 옛날에 너는 없는 거야.
그 옛날에는 나만 남아있어.
넌 그 전에 이미 그 자리를 떠난 거야.
그러니 너는 기억하지 마라.
기억할 수 없어야 해.
절대로 돌아가지 못할 옛날에 너 오늘 왜 가는 거니.
- 이전글주인 없는 신발(2015년 겨울 )미네르바 15.09.10
- 다음글전설은 주문이다(시와표현 2015년 9월) 15.09.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