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보는 개(2014 여름 시와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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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보는 개(2014 여름 시와소금)
개들의 관상을 보아주는 개가 있었다.
백 살이 넘은 하얀 털의 꼬리 없는 개였다
그 앞에는 개들이 기다란 줄을 만들었고
지나가는 개들도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너는 귀가 살아 있어서 총명하겠구나.
너는 눈에 광채가 돌아 영화롭겠구나.
너는 앞니, 어금니, 튼실하여 먹을 복이 있겠구나.
너는 입술에 탄력이 있어 재복도 있겠구나.
너는 안면의 털이 부드러워 사랑 받겠구나.
너의 어깨는 떡 벌어졌으니 장군감이로다.
너의 앞발은 호랑이보다 강하니 영웅감이구나.
너는 살랑거리는 꼬리를 가졌으니 주인 복이 있도다.
너는 발톱을 전혀 내밀지 않으니 적이 없겠구나.
너는 걸음조차 고양이이니 위험하지 않겠다.
너의 건강한 자세는 그야말로 들개의 상이로다.
그러나 네가 한 번 사슬에 묶이기만 하면
그건 다시 돌릴 수 없는 네 팔자다.
아무리 좋은 관상도 꿈같은 허상이로다.
주는 밥이나 먹고 배 깔고 눈 내리깔고 조는
영락없는 한여름의 개팔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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