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의 밤(/2014년 가을 학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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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의 밤/2014 가을 학산문학
호박꽃도 밤에는 잠을 잔다.
한 번도 옷 벗지 않고 깊은 잠을 잔다.
어둠을 이불 삼아 별들의 자장가를 듣는다.
그 잠 속으로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지.
세상의 어떤 유혹으로도 그 방문 열지 못하고
두드리다가 흔들다가 제 풀에 지치고 말지.
어떤 나비도 어떤 벌도 밤에는 제 집을 지킨다.
어떤 바람도 깊은 밤에는 문패를 읽지 못하지.
쓸쓸히 거리를 떠돌다가 존재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
호박꽃은 밤이 되어야 꿈을 꾼다.
밤새도록 꿈을 꾸어야 아침의 사랑이 시작된다.
눈부신 사랑을 위하여 그 밤의 깊은 꿈은 아름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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