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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간의 보양재/시와정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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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493회 작성일 14-03-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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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간의 보양재/시와정신5
 
 
칙간이라고 불렸던 재래식 변소를 다니다보면
가끔은 똥도 밟고 오줌도 밟고 구데기도 밟는다.
낮은 지붕 밑으로 잿간도 함께 붙어 있었는데
아버지가 좋은 거름 만들려고 똥오줌 뒤섞어놓은
잿더미에 빠지며 헤치며 엉금엉금 기어 넘으면
암탉이 낳은 뜨끈뜨끈한 계란이 숨어 있곤 하였는데
아버지 몰래 꺼내들고 뒤안으로 가 까먹는 재미는
오줌 냄새도 똥냄새도 구데기도 별 것이 아니었다.
외갓댁에 가면 외할머니 늘상 꺼내주시던
천하의 보양재 날계란을 몰래 훔쳐먹으며
나는 무럭무럭 자라 장닭 같은 어른이 되었다.
그러니 오늘 재래식 변소 같은 세상을 거닐면서
똥도 밟고 오줌도 밟고 구데기도 밟긴 하지만
그것이 모조리 살이 되고 피가 되리라 되리라.
나도 그들에게 혹간은 똥도 되고 오줌도 되고
구데기도 되면서 보양재 챙겨 주리라 주리라.
똥도 아니고 오줌도 아니고 구데기도 아니면
어디 가서 뜨끈뜨끈한 날계란 훔쳐먹으랴 먹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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