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바람/시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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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바람/시와정신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긴 생머리는 그대로 바람이다.
바람 중의 바람은 따뜻한 봄날에 부는 바람이다.
바람에 치렁이는 그녀의 치마꼬리도 그대로 바람이다.
살아있는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바람 중 바람이다.
허구헌 날 바람을 만나기 위해 바람을 쏘이러 간다.
생머리가 치렁이고 치마꼬리가 찰랑거리는 들판에는
얼어붙었다가 녹은 눈도 헤살거리며 다시 녹는다.
머리끝에 모인 죽은 피들이 가슴으로 와 청춘이 된다.
살아야 해서 살 수밖에 없는 지난한 삶은 뜨겁다.
생활도 풀고 세상도 풀고 운명도 풀고 싶은 꿈 모아
그녀의 긴 생머리에 잠겨보라 치마폭에 숨겨보라.
바람 중 바람이 꼭꼭 숨어있는 그 바람 속에 서보라.
참깨가 아니고 들깨가 아니더라도 스르르 열리는 문
우물이 아니고 바다가 아니더라도 출렁이는 살의 물결
꽃이 아니고 별이 아니어도 천지 가득한 은하의 꽃길
아, 누이도 고모도 어머니도 모두 여기 와 계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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