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2014 봄 문학에스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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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2014 봄 문학에스프리
모든 죽음은 억울하다.
보길도가 시작되는 백도리 해안 절벽에 고사된 송시열의 한,
목숨 걸고 한 판 승부를 건 세연정이 지척이다.
산 것들에게 죽음을 묻는 법은 없다.
산 것들은 살기 위해 모든 죄를 짓는다.
죽은 자들에겐 물을 것이 없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어 모두가 억울하다.
죽어버렸으므로,
지금은 죽어서 사라졌으므로,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으므로,
어떤 말도 더는 할 수 없으므로,
억울하다. 억울하다.
아침해가 만드는 바람은 뜨겁다.
저무는 해가 만드는 바람은 용서 없는 칼바람이다.
산 것들이여,
모든 죽음은 지독하게 억울하므로
그 분노로 바람이 되어라.
모든 잡초들 암벽에 눌러붙이는 거센 바람,
그러나 아무리 거친 바람이어도 마침내는 더 억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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