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여 뜨겁게 오라(2015년 신년 축시, 성대동창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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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여 뜨겁게 오라/신년 축시, 성대동창회보
명륜골에 새로운 해가 뜬다.
함지에서 말갛게 씻은 얼굴
은행나무 타고 동동거리며 떠오른다.
육백 년을 삼백예순다섯 번씩 뜨고 졌던 해들이
모조리 고개 돌려 돌아본다.
어서 오너라. 이리 오너라.
새로운 아들아, 딸아.
대성로 큰 길 따라 성큼성큼 오너라.
또각거리는 말발굽 소리 따라 와도 좋다.
착한 양들의 부지런한 노래 부르며 와도 좋다.
때 이른 질풍노도이어도 고맙고 고맙다.
천 년 명륜골에 새로이 뜨는 해는
섬광이어도 좋아라.
불덩어리어도 좋아라.
묵은 해는 쌓이고 쌓여 별이 되고 우주가 되고,
다시 세상에 쏟아져 황금빛 은행잎이 되고,
다시 대한민국의 꽃이 되고 세상의 향기가 되어,
새로 뜨는 해 온몸으로 맞이하노니.
새로운 해여, 뜨겁게 오라. 기쁘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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