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씨/2015년 겨울 시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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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씨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란 그는 문명을 자꾸 문맹이라고 말한다.
자라서도 시골에서 사는 그는 문명을 잘못 배워 문맹으로 알고 있다.
대학도 다니다 말다, 그것도 뒷골목에서 막걸리나 마시던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문맹이라는 말을 자꾸 하고 싶어 한다.
발음을 확실하게 하라 다그치면 문짜도 빼고 아예 맹맹거린다.
그와 상대하면 부끄러워지고 그와 대화를 나누면 울화가 치민다.
문명이야 문명이야 탄식하면, 문맹이지 문맹이지 노래한다. 춤도 춘다.
역시 사람은 서울에서 태어나야 하고 대학도 제대로 다녀야 한다.
이 땅에는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이 없어야 하고,
그러려면 모든 시골을 도시화화거나 문명화시켜야 한다.
어쩌다 거리에서 그를 만나면 사람들은 이죽거린다.
- 다음글봄, 꽃/2016년 4월 중부일보 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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