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나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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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나라․6
그녀는 아직 사춘기가 아니다.
그녀의 젖꼭지는 아직 가슴 속 깊은 곳에 숨어있다.
그녀 얼굴 들어 세상 돌아보면
예서제서 제 얼굴 돌린다. 다시 돌아보지 못한다.
그녀의 고사리 같은 손이 한 번 허공을 휘저으면
손끝마다 하늘이 듬뿍 묻어난다. 전혀 색깔이 없다.
그녀의 사춘기를 불러내려는 봄바람이 얼굴을 붉힌다.
그녀의 사춘기를 묻는 꽃들이 먼저 굴러 떨어진다.
모두에게 실존인 사춘기가 그녀에겐 아직 미지의 세계이다.
본능은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그녀를 삼키겠지만
그녀의 온몸에 불을 지르고 종내는 태워버리겠지만
그녀는 아직 양수에 잔뜩 젖어있는 습지의 싹이다.
사춘기가 신앙인 종교의 신념으로는
사춘기가 아닌 그녀를 절대로 정복하지 못한다.
사춘기가 아닌 그녀에게 사춘기인 내가 오늘
맨발로 쫓아가며 하늘을 가린다. 나를 가린다.
어둠 속에서도 너를 볼 수 있다.
어둠 속에 나를 감추고 너의 얼굴 본다.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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