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기차/2013년 4월/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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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기차
기억에 없는 기차가 기억을 뚫고 달려온다.
지난날은 춤을 추면 이상하게도 내일이 된다.
뚫린 기억이 가눌 수 없는 몸짓으로 자빠지면
다하지 못한 인연들이 군상의 넋으로 몰려온다.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쓰다가 붓을 꺾고 눕는다.
꺾어진 붓이 일어나 춤을 춘다. 귀신이 된다.
사랑하는 일이 반성하는 일보다 많아야 한다는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대충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살아있는 정신과 죽은 귀신의 밀어가 혼합된다.
살아서, 기어코 살아서 만나야 한다는 내일도
죽어도, 그냥 죽어도 아름답다는 오늘도
답이 없어 물으러간 그대의 집 앞에서 잠을 잔다.
춤을 추는 기억은 없다. 지나가는 기차도 없다.
스르르 고개 한 번 내저으면 그저 거품이 된다.
연기가 된다. 안개가 된다. 다시 기억이 된다.
안개 속에서 힘차게 기억의 기차가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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