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낙원/2013년 4월/현대시학/삶과 꿈 올해의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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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낙원
누가 이중섭을 산 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황금 제단에 탐스러운 천도화를 놓아두었을까.
보는 이마다 간절하게 낙원으로 끌고 갔을까.
망우리 그의 하얀 비석에는 이끼도 자라지 않아
빈 무덤에 이름 없는 들꽃들만 무더기로 피어
흘러가던 구름도 궁금하면 때때로 돌아보지.
누가 이중섭을 산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눈먼 민중들에게는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아.
파도 소리에 귀 막고 등 돌려 벼랑으로 가네.
벼랑 끝 도열한 십자가는 오늘도 경매가 한창이고,
경매가 끝나면 또 다른 이중섭이 십자가로 가네.
얼굴 다른 이중섭이 도살장 소처럼 끌려가네.
보는 이마다 낙원으로 향하라 시든 꽃비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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