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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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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715회 작성일 14-03-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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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
 
 
누구나 낮에는 하얗고 밤에는 까맣다. 착한 사람은 하얗고 나쁜 사람은 까말 것이라는 시골스러운 생각은 당연히 오류다. 착한 사람도 밤과 낮이 다르고, 나쁜 사람도 밤과 낮이 다르다. 하얀 색깔도 밤과 낮에 다르고, 까만 색깔도 밤과 낮에 다르다. 생명체의 생명력은 답 없이 위대하다. 전장에만 총이 있고 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장에만 버려진 주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제도 즐비했고 오늘도 즐비하다. 낮에도 즐비하고 밤에도 즐비하다. 스스로의 주검을 먹고 마시며 아침마다 찬란한 이슬을 터는, 불행으로 행복을 만들어 먹고 비극으로 축복을 만들어 마시는, 속에서 무수히 스러지는 잡초들이여, 속에서 무수히 일어서는 잡초들이여, 두엄에서 피는 화려한 장미꽃도, 진흙 속에서 솟는 신성한 연꽃도, 꿈이겠느냐, 꿈이 될 수 있겠느냐. 달콤한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에 황홀한 꿈 대신 가위에 눌리며, 손에 쥔 것이 없는, 쥘 것도 없는, 이 가난하고 지난한 혼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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