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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쥐 선생(2011 봄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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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489회 작성일 09-09-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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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쥐 선생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의 일입니다.
뒷방문 활짝 열어놓고 뒤란 풍경을 즐기는 중이었지요.
입 안에서는 싱싱한 단수수가 녹아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집채만 한 왕쥐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와서는
눈앞에 떡 서더니 한동안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나보다 몸집이 크다 할 수 있느냐.
네가 나보다 많이 안다 할 수 있느냐.
눈을 똑바로 뜨고 물어오는데 대답을 못했습니다.
더 크다 한 적 없었는데요, 더 안다 한 적 없었는데요,
말이 목구멍에서 넘어오지를 못하고 컥컥댔지요.
팔 벌려 막아보자 해도 팔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등 돌리고 달아나자 해도 갈 곳이 별로 없어 보였지요.
눈도 깜빡을 못하고 달달 떨고 있는데
슬며시 웃던 왕쥐 고개 끄덕이더니 몸을 돌리더군요.
그런데 이 날까지도 그 말이 잘 나오지를 않습니다.
더 크지 않습니다. 더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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