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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2013년 가을/리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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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235회 작성일 14-03-04 19:10

본문

피라미
 
 
피라미들이 막차를 타고 벼랑으로 향한다.
신념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고기를 먹고 그 물고기를 물고기가 먹는다.
물고기를 먹는 물고기들을 모조리 끌어내어 참수한다.
새가 새를 잡아먹고 그 새를 새가 잡아먹는다.
새를 잡아먹는 새들을 모조리 끌어내려 날개를 꺾는다.
 
사람은 물고기가 아니어서 물고기를 먹는다.
사람은 새가 아니라서 새를 먹는다.
사람은 물고기를 먹으면서 물고기를 키운다.
사람은 새를 먹으면서 새를 키운다.
 
사람이 사람 위에 서고 그 사람 위에 사람이 선다.
사람 위에 서는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내려 포박한다.
사람이 사람 아래에 서고 그 사람 아래에 사람이 눕는다.
사람 아래 눕는 사람들을 모조리 일으켜 포박한다.
 
시대를 놓친 자들의 거대한 음모이다.
변화를 놓친 자들의 무모한 혁명이다.
부자연이 된 자연의 부자연스러운 얼굴이다.
꿈이 된 현실의 꿈같은 거품이다.
 
 
시작메모
꽃들은 사라지고
꽃들이 바람에 날리겠다. 모진 바람에 견딜 수 없을 만큼 날리겠다. 꽃들은 고개를 들 수가 있을까. 바람을 견디고 다시 아름답게 필 수 있을까. 바람에 다 꺾어지고 나면 무엇으로 꽃을 다시 피울까. 다시는 피지 못하겠다. 한 번 꺾이면 그만이니 어찌 다시 피울 수 있으랴. 봄은 다시 오지 못하겠다. 영원한 겨울이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으면 오려던 봄도 발길을 돌리겠다. 겨울은 좋겠다. 그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니 참 좋겠다. 당당하기도 하겠다. 기분이 끝내주기도 하겠다. 모든 꽃들이 고개를 꺾은 들판에 버티고 서서 아, 얼어붙은 땅이어도 끝없이 자랑스럽겠다. 겨울은 색깔도 없다. 겨울을 차지하는 자는 그냥 겨울이 된다. 들판을 차지하는 자 그냥 겨울이 된다. 눈 덮인 들판을 볼수록 깨끗하다. 모든 오염된 것들이 사라진 들판에 이리 떼와 승냥이 떼들이 싸운다. 꽃들은 사라지고. 존재도 없이 사라지고. 그러겠다. 여기저기 폭풍전야의 조촐한 만찬들, 불안한 꽃들이 소곤거린다. 난 몰라.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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