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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2011년 가을/리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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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871회 작성일 14-03-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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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가죽 중 최고급 가죽은 개미가죽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왕개미 어린 암놈 수만 마리를 산 채로 잡아서 숨이 끊어지기 전 순식간에 껍질을 벗겨야 질이 좋다는 것인데, 그리고 이 가죽들을 돋보기도 쓰지 않고 모조리 손으로 이어 붙여야 질이 더 좋다는 것인데, 그리고 천 도 만 도의 불구덩이에서 수십 년을 구워내야 최상품이 된다는 것인데, 이 기술을 제대로 터득한 장인이 도무지 존재하지를 않아서 개미가죽 구두와 개미가죽 가방과 개미가죽 코트가 유행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옛날에 한 번은 이런 장인 있어서 한 벌의 구두와 한 개의 가방과 한 개의 코트가 만들어질 뻔도 하였다는데, 그런데 이 가죽 제품을 주문한 군주가 완성품을 보기도 전에 저승으로 가버리고, 그 다음 군주도 이 완성품을 기다리다가 그냥 떠나버리고, 그 다음도 그 다음도 기다리다가 모두 떠나버리자 이 장인마저 홀연히 떠나기 전 한마디 하였다고 하는데, 이 가죽구두와 가죽가방과 가죽코트는 천 년 만 년 후에나 완성이 되어 지구를 구할 사람이 입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숙련된 후예 장인들이 은밀한 동굴 속에서 대를 이어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들어본 일 있으신가. 없으시지요. 개미나라 교과서의 전설입니다.
 
사실이든 거짓말이든, 신화이든 전설이든,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하면 무엇 하랴. 시작에도 끝에도 걸려드는 것은 노을이다. 말은 말로서 배를 채운다. 신화에는 마른 피가 묻어 있고, 전설에는 뜨거운 피가 묻어 있고, 역사에는 차가운 피가 묻어 있다. 믿는 자여 그대의 몸이 흙이 되는 순간에도 그 피가 콸콸콸 솟구칠 수 있다면 그대는 당연히 절대적 신이 될 것이다. 거짓말 속에서 거짓말로 살다가 거짓말로 사라지는 거짓말의 위대한 상상이여. 밥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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