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떠나는 생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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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떠나는 생각․3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어떤 얼굴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그를 모르고 그 역시 나를 모른다. 모르는 사이에도 기다림은 성립한다. 다만, 그는 나를 하루살이보다 더 하찮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두려움이긴 하고, 그에게 없는 나의 의미로 나는 이만큼 독립적이기도 하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실체는 아름다운 허상이다. 눈 감으면 사라지는 것들에 나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그 무명으로 나는 산다. 하여 눈 뜬 나는 눈이 없다. 없는 나의 눈, 그 눈으로 나는 매일 거짓말처럼 황홀한 그녀를 찾는다.
기다리면 나비처럼 잠자리처럼 그녀는 온다. 하지만 나비도 잠자리도 그녀의 얼굴은 아니다. 설령 내가 유령처럼 그녀의 얼굴을 보고자 해도, 그녀는 우주의 기묘한 터널을 만들어 나를 관통한다. 무엇이 무엇이고, 누가 누구인지, 언제가 언제인지, 말하라 없는 입으로, 느껴라 사라진 가슴으로, 관통은 꿈이고 꽃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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