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거 일기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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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겨우내 묻어둔
씨앗은 쭉정이였다
그녀와 살면서도 늘상
그녀의 꿈을 꾸며
원수같은 사랑이
쭉정이로 남았다
깊은 밤 고달프게 오르는
무보수의 알라인강
둘
바다 밑에 드러누운
그녀의 알몸은 한국적이었네
그녀의 마른 땀을 벗기는
사내의 손금은 눈부시었네
그러나 꽃이 되지 못하는
그녀의 눈 속에
죽은 금붕어 몇 마리
아, 사랑이어도 이승은
이승이어라
셋
꿈속에 다녀온 그곳은
기억할 수 없었다
꿈속에 만난 그녀가
참말 누구였는지
새ꕺ에 문득 돌아누워
나는 의심한다 과연
그녀가 묻힌 나의 가슴은
이 한밤에
누구일 것인가
넷
손금 없는 나의 손금이
안심시킨 그녀의 인생
내 마술의 힘은
그녀의 눈을 멀게 했지만
이제사 필요해진 백만장자의
꿈같은 손금이여
피 흘리는 손 붙들고
우는 아내여
다섯
드디어 그녀가 나를
의심하였다
휴식 전에 갖는
우리끼리의 상식
바다가 수십 번째
다시 떠나가다가
박수를 보낸다 기가 막히게
그녀는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속없이 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냥
돌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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