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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년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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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982회 작성일 01-12-24 04:38

본문


믿음이 있는 도시는

믿음으로 배신한다

희망이 있는 도시는

희망으로 절망한다


안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앞에 서 있지만

시야가 막힌 도시는 아름다워라

비가 내리는 도시는 찬란하여라


살아서 지은 죄는

죽어서 갚을 수 없다

이승의 긴 발자국은

저승의 한 톨 풀이슬

목숨을 도무지 바꿀 수 없는

것들과 목숨을 주고 받으며

맹랑한 도시는 썩는다

썩는다


무섭게 파헤치는

빗줄기는 결국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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