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궁리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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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곳엔 있을 것이다. 쌍궁리 나루
어머니 눈물로 시집 오시던
걸어 걸어 오십리 내촌 가는 길
어린 누이 손목에 매달려
가끔은 아버지 등에 실려서
걸어걸어 오십리 논두렁길
가을만 뜨겁디 뜨거운
쌍궁리 나루는 하늘보다 멀었다
지심보다 깊었다
뱃줄을 놓치고 누이는 손끝에서
봉숭아 꽃물을 흘렸다 아, 붉은
햇빛은 무겁게 내리고
강심에서 터지던 심장 두어 쪽
돌아와 누이는 어떻게 웃고 있었지
잊혀진 쌍궁리 나루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근방서 시집 온 아내는 신이 나서
우리들의 옛날로 돌아간다 돌아간다
갈 내내 삯 받으러 돌던 나루 영감의
그림자는 지금도 뱃줄 쓰다듬으며
일꾼들 나르며
꿈인 듯 그림인 듯 그렇게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곳엔 쌍궁리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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