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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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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912회 작성일 01-12-24 04:13

본문


면도칼을 쥔 그녀의 손가락이

살껍질을 벗기고 대담하게도

내 뜨거운 피를 어루만지며

나를 유인한다

문득 딸꾹질이 난다


그녀의 생활은

칼밭에서 풍기는 난향(蘭香)이다

아니면 그녀의

이쁜 열 한 개의 손가락이

연주하는 경이로운 음악

그녀의 심장은 온통

꽃빛으로 출렁거린다


여나문 개의 딸꾹질이

싹둑싹둑 잘려나가면서

이내 아랫배에서 어둠을

헤치고 오는 물새 소리

하얀 갈매기 한 마리

날아 오른다


잡아다오

저 고운 손이 훔쳐가는

나의 하얀 새

어둠이 자지러지며

혀를 깨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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