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젖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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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황폐한 젖가슴은
우리들의 손 끝에 묻어나
자꾸만 가라앉고 있었다
바라보아도 마음껏 흔들어도
숨겨지지 않는
후줄근한 두 젖꼭지는
이제 막 그친 풍상에 씻겨
표자 하나 없는 돌비의
수만 년 전으로
돌아와 서 있었다
새벽달이 떠오르면
잃어버린 젖가슴을 할머니는
잠이 든 누이의 심장에서 건져와
그렇게 신비스런 종처럼 흔드시다가
막내 야무진 가슴에
못다한 주문 외우시고는
핏빛 산골짝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저고리를 몽땅 헤치랴--
노망기 섞인 여든 할머니의
죽어가는 흙웃음으로
우리는 참말
여든의 몇 배만큼이나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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