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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

금강리 유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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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916회 작성일 01-12-24 04:48

본문


하나


죽음으로 인도하는

어머니의 말씀은 뜨거워라

검버섯 핀 손등의

눈물은 뜨거워라

밤에 듣는 그이의 전설은

여엉 못 믿겨

밤이 와도 또 오는 밤

저엉말 못 믿겨







황소 같으시다던

할아버지 일찍 여의시고

아버지 같으신 형님 슬하에

머슴인 듯 사시다가

글 한자 못 배우시고

서당개로 스무 해

아직도 간간이

세월의 무게로 하시는 말씀

내 글만 햇었드면.....







누이는 나를 위해서

봉숭아 꽃을 준비했었다

손톱 끝에 묶인

호박잎 속으로

뼈 속까지 스미던

봉숭아 꽃물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새벽에 홀로

피를 쏟던 누이







뜬금 없이 잘난

사촌이 미워

젖부리 몽알몽알

주근깨 그 애도 미워

어스름 흙담 밑에서

숨어 던진 사금파리

지금도 사촌의 이마에서

황금처럼 빛이 난다




다섯


그 애와 팽이를 돌리다가

팽이채에 눈을 다쳤다

내 잘못이라는 말을 아버지는

끝내 믿지 않으시고

그 애는 고개를 떨군 채

황혼 속으로 영영

걸어가고 남은 팽이만

겨울을 돌고 돌았다




여섯


아버지는 의례

꽹과리를 잡으셨다

어머니는 신명나게

장고를 두드리고

어린 나는 가슴이 터지게

자랑스럽던 내 고향

금강리 김촌


지평선이 아득히

벽골제에 걸리고

눈이 내리면 온통

세상은

빛이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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