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리 유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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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죽음으로 인도하는
어머니의 말씀은 뜨거워라
검버섯 핀 손등의
눈물은 뜨거워라
밤에 듣는 그이의 전설은
여엉 못 믿겨
밤이 와도 또 오는 밤
저엉말 못 믿겨
둘
황소 같으시다던
할아버지 일찍 여의시고
아버지 같으신 형님 슬하에
머슴인 듯 사시다가
글 한자 못 배우시고
서당개로 스무 해
아직도 간간이
세월의 무게로 하시는 말씀
내 글만 햇었드면.....
셋
누이는 나를 위해서
봉숭아 꽃을 준비했었다
손톱 끝에 묶인
호박잎 속으로
뼈 속까지 스미던
봉숭아 꽃물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새벽에 홀로
피를 쏟던 누이
넷
뜬금 없이 잘난
사촌이 미워
젖부리 몽알몽알
주근깨 그 애도 미워
어스름 흙담 밑에서
숨어 던진 사금파리
지금도 사촌의 이마에서
황금처럼 빛이 난다
다섯
그 애와 팽이를 돌리다가
팽이채에 눈을 다쳤다
내 잘못이라는 말을 아버지는
끝내 믿지 않으시고
그 애는 고개를 떨군 채
황혼 속으로 영영
걸어가고 남은 팽이만
겨울을 돌고 돌았다
여섯
아버지는 의례
꽹과리를 잡으셨다
어머니는 신명나게
장고를 두드리고
어린 나는 가슴이 터지게
자랑스럽던 내 고향
금강리 김촌
지평선이 아득히
벽골제에 걸리고
눈이 내리면 온통
세상은
빛이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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