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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애의 시인들의 자화상 중에서/리토피아 34호 계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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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375회 작성일 10-09-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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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땅으로 달리지 못한다
기차는 철로를 벗어날 수 없다
버스는 골목길로 달릴 수 없다
유람선은 물길을 떠나지 못한다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의 아름다움도
기찻길 옆 추억 같은 오막살이집도
고속도로의 빛나는 속도도
그리고 끼리끼리의 오붓한 공간도

골목길에서는 만날 수 없다
논둑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몸 하나 겨우 빠져나갈만한 숲속
오솔길에서 뱀처럼 나는 자유롭다
―장종권, 「뱀과 자유」 전문(≪문학마당≫, 2009. 봄호)

자유를 꿈꾸는 시인은 ‘몸 하나 겨우 빠져나갈만한 숲속 오솔길’에서야 자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유는 비행기를 타고도, 기차를 타고도, 버스를 타고도, 유람선을 타고도 불가능하며,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에서, 기찻길 옆 추억에서, 빛나는 속도에서, 인간과의 관계에서, 골목길에서, 논둑길에서 ‘보고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몸 하나 겨울 빠져나갈만한 길에서도 자유로운 뱀’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가시의 세계에서는 자유에 이를 수 없다는 역설이자 자유 혹은 진정한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는 역설이다. 허위의 삶에서 외로워진 시인의 자화상이자 깨달음의 세계를 은유하는 「뱀과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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