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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의 눈빛이 아쉽다(학생신문 1991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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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071회 작성일 03-04-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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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학생들에게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아무래도 십년 전 이십년 전과 비교해볼 때 너무 다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를 과거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정상적인 사고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잔뜩 짓눌린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이면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전반적인 면에서 모두가 다 나빠진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시대에나 청소년들이 버리거나 잊어서는 아니될 가장 중요한 꿈과 낭만과 순수와 용기가, 오늘날의 그들에게서는 점차 희박해져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는 것이다.

체격은 눈에 띄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린 가슴은 왜 그리 좁아보이는 것일까. 아무래도 여유있는 환경에서 자라게 되면 꿈도 희망도 빛을 잃는 것일까. 기성사회가 암울하게 물들어 문드러지면 청소년들도 덩달아 찌들어 퇴색해버리는 것일까. 반짝반짝 빛이 나야할 눈동자, 거대한 야망이 움틀거려야 할 가슴 속에, 담아서는 안 되는 현대적 병리 현상이 너무도 여실하게 새겨져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할 때마다 나는 신선한 햇살과는 반대로 또 하루의 지루한 입시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이미 맥이 탁 풀려버린 어두운 얼굴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은 이미 밤 사이에도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며 공부를 했거나, 아니면 불안과 불면에 사달리다가 새벽같이 학교로 왔을 것이다. 저들이 지금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저들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들의 뇌리 속에는 대학 외에 또 무엇이 들어있을 수 있을까.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입시 제도를 개선한다 하니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정말로 이번 개선이 저들의 어깨에서 무겁고 불필요한 짐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언제 다시금 그들에게서 빛나는 눈과, 출렁이는 어깨, 힘차게 고동치는 가슴을 보게 될 수 있을까. 끝없는 희망과, 자유와,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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