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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대화의 상대자(라이프신문 1990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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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910회 작성일 03-04-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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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변화에 따른 가정의 핵가족화는 개인세계의 보장이나 자아의 각성 등의 발전적인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몇가지 미덕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에는 우려 되는 바가 크다. 우선은 고유 예법의 상실에서 오는 질서의 혼란이 한 걱정거리로 등장했으며, 또한 극심한 개인주의가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단순한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자칫 국민적 동질감마저 파괴시키는 듯한 인상이 짙어가는 점도 걱정거리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정에서의 자녀 교육은 이제는 개인적인 문제로 뿐만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입장에서 보다 더 절실히 그 개선책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보여진다. 더우기 요즈음이 학교교육은 홍익인간에 입각한 전인교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고학력 위주의 입시교육으로 변질됨에 따라 자녀들의 가정교육은 더욱 절실한 문제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교육을 학교교육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 일익을 담당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할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부모 역시 부모로서 뿐만이 아니라 교사로서의 입장으로 자녀들을 지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가정교육에 있어서는 부모의 모범적 생활태도보다 더 값진 자녀교육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 재삼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저 살아가는데에만 급급해하거나, 혹은 황금 만능주의에 젖어들거나, 내 가정에만 연연해하는 부모 밑에서 원만한 인격과 시민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자녀란 극히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자의 핵심적 사상인 '인(仁)'은 '관계'를 말한다고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부모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웃사람과의 관계, 나아가서는 모든 사물과의 관계를 보다 더 합리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할 것이다.

나 개인에만 집착하는 사고방식은 절대로 그 개인을 사회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사회로부터 유리시키고 만다는 사실을 상기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쁜 생활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틈틈히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적절한 교우관계를 유지시켜주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한 가정에 고작 한 자녀 혹은 두 자녀이기 싶상인 요즈음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고 진솔한 대화의 상대가 필요할 것은 분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앞으로 이념적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로의 협조관계로 개선되어 갈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역시 이해와 용서와 사랑으로 가득찬 미래사회를 건설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시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개인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여러 관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보다 객관적이고 폭넓은 미래의 시민상을 심이주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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