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를 찾자(내항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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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문단 상황은 한마디로 시끄러운 시장통이다못해 글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모양새만 그런 게 아니라 알맹이조차도 그런 듯하다. 그동안 문단정치라는 말이 오랫동안 들려 왔어도 그런 대로 들어줄 만은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문단정치라는 말만 갖고는 설명하기가 도무지 어려운 지경이다. 온갖 협잡과 사기와 음모가 도처에서 횡행한다. 정의임을 내세워 어리석은 정의가 목소리를 높이고, 등단한 문인임을 앞세워 아무 글이나 3류 지면에 남발한다. 문학작품은 아무나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여, 아집에 불과한 섣부른 작품세계를 합리화시키고 있다. 작품을 통한 서로의 정신세계의 교감을 꾀하지 않으면서, 인간적 유대가 풀어지면 금방 원수 사이로 변하고 만다. 그러다보니 우습게도 허약한 문인들은 모임끼리 자체 단속을 해가면서 파당을 조성하고, 두고 보자는 식의 위협적인 문단 폭력을 일삼는다.
뿐만 아니라, 작품이 마치 상품처럼 값이 매겨지는 것도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다. 문인의 정신적 노고가 비록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어떻게 몇 푼의 돈으로 환산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한국 문단의 일부 대단한 사람들은 원고를 청탁하면 먼저 원고료를 묻는다고 한다.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원고료의 유무와 액수가 작품의 질과 문인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 문인은 많다. 그러나 많은 것이 결코 문제일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문인이라면 그만큼 대한민국은 위대한 민족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작품의 질로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잘못된 관행이 될 수 있다. 문인은 누구나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갖을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의 수준 면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글을 써서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아직 그만한 작품을 쓰지 못하는 많은 문인들이 있기 때문이며, 그보다 더 글이라는 것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독자가 그들의 글을 읽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겸허하게 이 사실들을 검토해야만 한다.
인천문단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우리는 그동안 인천문단의 보기 흉한 면모를 몇 가지 보아왔다. 우리는 내 뜻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주장보다 다른 사람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능력있는 남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매사에 재나 뿌리는 몰지각한 행동은 적어도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향토문단이란 말은 얼마나 따뜻한 단어인가. 이제 모두 쌓인 노여움을 풀고 울타리 없는 뜨거운 가슴 활짝 활짝 열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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