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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인생을 위하여(백준현군에게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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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051회 작성일 03-04-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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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자네가 백년해로를 다짐하는 성스러운 날이네. 먼저 바쁜 생활 중에도 자네들 두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어주시는 하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기 바라네. 자네와 나는 사제지간이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서 내 얘기보다는 내가 내 스승님으로부터 받았던 말씀을 그대로 전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 나는 스승님으로부터 받은 이 말씀을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실천하려 애를 써왔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네. 간혹은 잊을 때도 얼마든지 있었지. 그러나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말씀은 내게 많은 힘과 용기를 주었다네.

그 말씀 중의 하나는 오늘 이 소중한 만남에 대해 감사하라는 것이었네. 이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다가 떠났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네. 이 넓고도 넓은 우주,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떻게 이 시대에 함께 태어나고, 어떻게 이 땅에 함께 태어나서, 오직 두 사람이 오늘 만날 수 있었을까. 이것은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네. 이것은 종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네. 그렇기 때문에 이 만남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놀라운 기적인 것이라네. 부디 두 사람은 이 축복 받은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두 사람은 이후 부부로서 서로를 존경해야 한다는 것이네. 상대방을 존경해야 서로의 주장을 굽힐 수가 있고, 서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가 있는 것이며, 바라는 마음보다 베푸는 마음을 키울 수가 있는 것이라네. 그리고 대부분 둘로 나뉘기 마련인 부부간의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지혜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라네. 나는 아직 짧은 연륜이지만 이 점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네. 아무쪼록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고, 또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시기 바라네.

또 하나는 이 세상은 절대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네. 아무리 능력이 있고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네. 자기 생각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있는 일이 없다네. 이 세상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네. 왜냐하면 나는 오로지 혼자만의 나가 아니라, 나는 우주와 자연과 사회 속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은혜로 살아가는 것이라네. 부모님의 은혜와, 형제들의 은혜, 친구들의 은혜, 그리고 직장의 동료들과 이웃들의 보이지 않는 은혜로 살고 있는 것이라네. 그러니 이 은혜에 대해 항상 감사할 줄을 알아야 하는 것이네. 그리고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베풀 줄을 알아야 하겠네. 그 중 부모님의 은혜는 너무나 커서 결코 다 갚을 수 없는 커다란 은혜이지.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이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네. 그 길은 두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며, 훗날의 자식들에게 더욱 깊은 사랑을 베푸는 것이네.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고통을 잘 참아내며 다가올 기쁨을 준비하라는 것이네. 인생을 살다보면 당연히 희로애락이 있다네. 기쁨이 있으면 곧 슬픔이 찾아오고, 슬픔이 있게 되면 머지않아 기쁨이 다가오곤 하지. 그러니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찾아오더라도 절대로 포기하거나 좌절해서는 안되네. 이 고통이 씨앗이 되어서 내일에는 아름다운 기쁨의 꽃이 피는 것이라 믿고 참아낼 줄을 알아야 하네. 고통의 쓴맛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네. 고통의 쓴맛을 모르는 사람은 기쁜 일이 다가와도 그 기쁨을 느끼지 못한 것이네.

끝으로 항상 어른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것을 부탁하네. 어른들의 말씀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타당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기 마련이네. 그것은 곧 인생을 살아가는 법칙이란 결코 멀거나 어려운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손에 잡히는 가까운 데에 있으며,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어른들의 말씀은 결코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며, 그리고 그 말을 따를 경우 언제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네. 인생은 영리하게 사는 것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네. 인생은 진실하고 성실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이 정말 가치가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라네. 1998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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