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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꽃밭, 현대시학/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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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415회 작성일 14-03-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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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꽃밭, 현대시학
 
 
  지난 날 우리네 장독대 주변에는 봉숭아꽃이 낭자하게 피어있었다. 손바닥만한 꽃밭에도 어김없이 1번 주자는 봉숭아꽃이었다. 나는 이 봉숭아꽃을 바라보면서 내 가슴에 뜨거운 꿈을 키웠고 사랑도 키웠다. 그리고 그 봉숭아꽃처럼 열정적인 시를 꿈꾸었다. 본래 봉숭아꽃은 딱이 누구를 위해서 피지는 않는다. 오직 자신의 꿈으로 자신의 얼굴로 자신의 사랑을 위해 필뿐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봉숭아꽃을 발견하고 깊은 사랑을 느낀다면 그것은 또한 봉숭아꽃의 숙명이 아닐까 한다. 봉숭아꽃은 언제나처럼 지금도 고향의 장독대 부근에 퍼질러져 있을 것이고, 고향의 누군가는 또 뜨거운 가슴을 태우고 있을 것이다.
 
  봉숭아꽃처럼 붉게 피고자 했던 내 시의 꽃밭과 장독대는 현대시학이다. 소중한 항아리들이 즐비한 장독대, 그리고 온갖 촌스러운 꽃들로 채워진 조촐한 꽃밭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편안한 시의 터전이었다. 내게 밭을 주신 전봉건 선생님 떠나신지 22년이 넘으셨고, 씨앗을 뿌려주신 김구용 선생님도 떠나신지 10년째이다. 이제 정진규 선생님께서 가꾸고 계신 현대시학이 지령 500호를 넘어섰으니 감동을 넘어 신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으로써 이 불편한 시기에 시의 위의를 지키며 한국 시단의 텃밭을 당당하게 가꾸어가고 있는 현대시학이야말로 현대시학을 어머니로 둔 개인의 자긍심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시인들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노쇠화 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더 청년스러워지며 엄청난 에너지와 향기를 발산하고 있으니 경탄스럽다. 한국시단에 젊음과 생명과 미래를 가장 강력하게 제공하고 있는 현대시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현대시학을 아끼는 모든 시인들의 사랑이 현대시학, 한 곳으로 모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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