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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로 믿으면 가마귀 탓이 된다/아라칼럼/미디어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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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578회 작성일 14-03-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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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로 믿으면 가마귀 탓이 된다
 
 
  烏飛梨落, 가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우리의 신체기관 중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이 눈이다. 가장 신뢰 받는 기관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아야 비로소 인정한다. 눈으로 본 것이므로 분명한 사실이라고 믿는다. 참이란 드러나 있는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므로, 누구나 직접 눈으로 본 사실이라면 당연한 진실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보지 않은 것을 믿지 않는 심리에 자신의 눈만이라도 믿어야 하는 심리가 합쳐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눈은 반면에 가장 오독이 심한 기관이기도 하다. 자신의 눈을 신뢰하면 할수록 그 결과적 오독은 상대적으로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착각과는 다르다. 본 것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실인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습 속에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수히 감추어져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히려 베일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베일을 벗기고 실제의 진실된 모습을 바라보려 노력하거나, 적어도 일차적 시점을 더 뒤쪽으로 깊이 밀어넣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뒤쪽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오직 보이는 것에만 매달린다. 마치 보여주기만 하면 그냥 믿을 태세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같다고 믿어버린다. 그래서 알맹이도 없이 보여주기 위한 제스쳐가 판을 친다. 눈으로 보았으니 반드시 믿을 것이다. 절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바보가 되어주는 관객을 바라보면서 연기자들은 갈수록 자신만만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광대와 관객이 뒤바껴 버린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 의한 연출에 자주 말려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보여주기 위한 제스쳐에 수도 없이 말려들어 오독이라는 수렁에 스스로 빠져들기도 한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면 상대나 상황을 오판하게 되거나 오해할 가능성이 많다. 보여주기에 빠져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며, 자신의 권리를 고스란히 포기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 너머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보여주기에 만족하지 않아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보여주기에 쉽게 넘어가 버린다면, 가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으니 배가 떨어진 이유는 가마귀 탓일 수밖에 없게 된다. 배나무 가지에 앉은 잘못이다. 배가 떨어질 때쯤 가마귀가 활공을 시작한 탓이다. 당연히 가마귀 탓이 된다. 가마귀가 과연 배를 떨어뜨렸는가. 우리 모두는 언제라도 가마귀 신세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배나무 가지에 앉아 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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