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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존중되는 따뜻한 도시발전계획이 아쉽다 /아라칼럼/미디어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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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203회 작성일 14-03-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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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존중되는 따뜻한 도시발전계획이 아쉽다
 
 
  자본주의의 생명은 자본이다.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자본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모든 것을 자본화한다. 자본화 되지 않는 것들은 철저히 폐기처분한다. 인간의 행복은 결국 자본에 의해 결정이 되고 드디어 인간보다 더 자본이 중요한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간이 사라져도 자본은 죽지 않고 남게 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위대한 자본의 시대다.
 
  도시발전이 돌부리에 걸렸다. 자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본을 믿고 자본에 매달려 세운 도시계획이었기 때문에 결국 자본이 파놓은 깊숙한 수렁에 빠져든 셈이다. 도시발전의 장밋빛 청사진은 이제 거의 공공 사기 수준으로 전락하여 시민들의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는 입장이 되었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도 않다. 5년 앞도 내다볼 줄 모르고, 10년 앞도 계산하지 못하는 사람들,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모조리 맡겼던 셈이다.
 
  자본주의에 살면서 자본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어쩌면 자본의 힘에 너무 기댄 탓이다. 사람의 행복이 자본에 있다고 믿었던 탓이다. 자본만이 사람의 발전, 도시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말 자본만이 우리의 미래를 행복하게 열어줄 수 있을까. 정말 자본이 사람과 도시를 끌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자본은 생명이 없는 존재다. 죽어있는 존재인 것이다. 죽어있는 자본에 의해 살아있는 사람들이 덫에 걸린다면 이것은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의 도시, 자본에 의한 도시 발전을 사람의 도시, 사람에 의한 도시발전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람 사는 도시에 자본이 출렁이는 것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으로 출렁이는 도시가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아닐까. 사람에 기대는 길은 무엇일까. 사람으로 도시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길은 무엇일까.
 
  시민 개개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길은 더 복잡하고 힘든 길일 수 있다. 자본에서 밀려난 자들의 허탈감을 메워주는 길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함께 가는 사람의 도시여야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는다. 아무리 힘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존중되는 도시여야 도시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에 맞추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사람의 정신에 해당하는 문화예술과 미래를 위한 교육부문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어린아이를 제대로 기를 수 있는 도시, 노인도 평화롭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도시였으면 한다.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듯이 한꺼번에 웅장하게 변화시키는 외형적 꿈을 꿀 일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꿈이라도 천천히 이루어나가는, 따뜻한 도시발전계획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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