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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추천완료-안테나*198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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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1건 조회 4,882회 작성일 03-07-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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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외계의 손님이 선민을 위해
보내는 매시지를 듣자
너도 나도 수신기를 세우고
선택되는 영광의 축복을 받자
더 빨리 더 높이 견고하게
구시대의 십자가는 끌어내리고
녹슨 철탑 위에 더 높이
피뢰침이 부러진 굴뚝 위에 더 높이
구멍난 판잣집 도시의 초가지붕 위에도
비처럼 솟대처럼 더 높이 더 높이
듣자
게으른 육신을 밧줄로 때리며
낮을 더듬으며
밤을 불 밝히며
바야흐로 하늘보다 먼
외계의 저편에서
새로운 신화가 내리고
우리들의 껍질 벗은
신앙이 기다리는 손님은
기십 차원의 바람벽을 뚫고
무덤을 헤치고 오리니
한 줌의 분노하는 태양과
풀 씨 만한 달을 위해
낮 밤을 우는 새야 풀꽃아
근원이란 도무지 돌아 보이지 않는
미래의 미래인 들이
던지는 구원의 밧줄 기다리며
다시 더 높이 고쳐
세우자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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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님의 댓글

장종권 작성일

  등단까지 9년의 세월은 결코 자랑일 수 없다. 지금이야 붓만 들어도 모두가 시인인 세상이다. 그 긴 각고의 세월은 나에게 어떤 이름보다 더 아름다운 시인이라는 호칭을 달아주었지만, 그 이름 또한 별 의미 없이 퇴색해 버린 세상에서 난 지금 살고 있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내가 그 9년 동안 다른 것을 했더라면 어떤 결과와 만났을까? 나는 시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다. 구용 스승은 이후부터 나의 전부가 되셨다. 스승이시며 아버님이시며.그러나 나는 지금 그 구용 스승으로부터 겨우 배운 알량한 인생의 도리조차도 그 만 분지 일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어찌 딱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