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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성균문학상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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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843회 작성일 06-12-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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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너무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작품보다 오히려 후배 사랑이 더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서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수상자로 선정되기 전에는 수상에 대한 욕심도 영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이 자리에 서고 보니 그것이 얼마나 외람되고 부끄러운 일인 지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제 작품이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구용 선생님께서 저를 현대시학에 추천하신 것이 1985년이었습니다. 1976년부터 작품을 드리기 시작했으니까 만 구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제 작품이 좋은 것이기만 하였다면 아마 그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작품보다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 하나에 점수를 더 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회 추천으로 숭의동 일기 연작시가 실린 것은 저도 수록된 지 한참 뒤에야 알았고, 다시 보내드린 작품 중에서 완료추천 작품으로 겨우 안테나 한 편이 실렸습니다. 구용 선생님 추천이고 기왕에 초회추천은 해버린 터라, 전봉건 선생님께서도 고민을 많이 하신 걸로 짐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추천완료 후 구용 스승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명횡사하지 마라. 전봉건 선생님의 말씀이라고 귀띰을 해주시더군요. 제 작품이 당시 운동권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이 말씀에 대해 잘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작품을 써오면서도 이 말씀에 대한 해독이 잘 안 되어 오늘까지 저를 괴롭혀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해독이 되었건 안 되었건 간에 저는 이 말씀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전반적인 면에 걸쳐 펼쳐놓고 거의 모든 점에 있어 주의를 한다고는 해왔습니다.
어떤 분은 저를 촌놈이라고 표현하십니다. 어떤 분은 저를 시골머슴 같다고도 하십니다. 생김새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다는 뜻이겠습니다. 저는 그런 말씀들 중에 고지식하다 우직하다는 표현이 좀 거슬린 적이 있었습니다. 은연중에 시인으로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점을 지적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서에서 나오는 시가 도대체 무엇을 이룰 수가 있겠느냐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면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말씀 제게 주시는 사랑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하였습니다. 비슷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딱 하나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라는 자신감 하나는 버리지 않으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구용 선생님 떠나신 후로 동호 김익배 선생님께서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습니다. 수영 강우식 선생님, 동은 조건상 선생님의 은혜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축사의 말씀을 해주신 정진규 선생님, 그리고 서정춘 선생님, 큰 꾸지람 없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리토피아를 만들어오면서 가장 큰 힘을 주시는 이가림 선생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리토피아의 편집위원님들, 리토피아문학회 회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로서 이 분들의 사랑과 도움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다른 어떤 사람 못지않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돌아가시기 전 구용 선생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또 있었습니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오래만 살아라. 오래만 살면 너는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처음에는 참 답답한 말씀 같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씀은 물론 또 제게만 해당하는 말씀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말씀 또한 제 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네 번째 시집 꽃이 그냥 꽃인 날에는 이전 시집 아산호 가는 길의 연장선 상에 놓여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제게 사랑과 감동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그분들이 계셔서 저는 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저와 제 시의 주인인 것입니다.
작품 심사를 해주신 김여정 이정호 강우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시간을 할애해 주신 문단의 선후배 동료 여러분,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을 해주신 정진규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받들고 평생 노력하겠습니다. 제 맘대로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집사람에게 한번도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집안일에는 나 몰라라 식으로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고맙다는 말조차도 사실은 입에 발린 헛소리가 될까봐 못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제 고마워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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